인크리브

전립선 고장＝성능력 감퇴는 오해

회사원 정 모씨(47)는 1~2년 전부터 소변 보는 횟수가 늘고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은 증세가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전립선비대증` 진단이 나왔다. 이에 대한 정씨 반응은 이랬다. "그럼 앞으로 잘 못하게 되는 건가요?"

전립선은 남성 정액을 만들어 분비하는 기능을 하는 생식기관이다. 이런 상징성 때문인지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남성 기능 고장`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또 평소 성생활이 활발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전립선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제법 된다.

영국 노팅엄대 연구팀은 `영국 국제 비뇨기학회지` 1월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20ㆍ30대에 성생활이나 자위행위 경험, 파트너 수가 많을수록 전립선암에 더 많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60세 이전에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남성 431명과 전립선암 진단을 받지 않은 남성 409명의 성생활을 분석한 결과 전립선암에 걸린 그룹에서는 20대 시절 자위나 성교 횟수가 한 달에 20번 이상인 비율이 40%였으나 전립선암에 걸리지 않은 그룹은 32%로 낮았다는 것. 파트너 수가 6명 이상이라고 답한 남성 비율 역시 각각 39%, 31%로 전립선암에 걸린 남성일수록 파트너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생활이 활발할수록 전립선 질환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생각하는 일반 통념과는 사뭇 동떨어진 연구 결과다.

홍성준 신촌세브란스 비뇨기과 교수는 이에 대해 "성생활과 전립선질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연구는 이전에도 간혹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유의미한 수준에서 상관성을 증명한 연구는 나오지 않았으며 이번 논문 또한 그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립선 질환이 성능력에 미치는 영향도 중년 남성들 의 관심사다. 이선주 경희대의료원 교수는 "전립선 질환 자체로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전립선 질환으로는 전립선에 염증이 생긴 전립선염,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 등이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립선염 환자 중 사정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발기능력이나 성욕 자체 감퇴로 이어지는 일은 없다.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으면 사정한 정액이 외부로 분사되지 않고 내부에 머물기 때문에 쾌감이 떨어지는 일이 있지만 역시 부수적인 문제다. 단 전립선암 수술은 전립선을 도려내는 과정에서 발기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에 발기불능이 될 확률이 50%는 된다.

홍 교수 역시 "전립선 비대증 환자 중에서 평균보다 강한 성욕과 발기력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며 "성능력과 상관성을 단순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적극적인 성생활을 권장하는 편이다. 홍 교수는 "정낭에 정액이 고여 있으면 방광에 압박을 주고 이것이 만성적 골반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전립선에 좋다 안 좋다를 떠나 자연스러운 성생활은 건강에 도움이 되므로 당연히 권장한다"고 말했다.[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