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리브

[김재영의 S학사전]정력제, 옥방비결 그리고 회춘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성 생활 실태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성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며, 성적 콤플렉스가 있으면 부부관계는 물론이고 사회 생활도 위축된다”고 응답하고 있다. 하지만 성 기능 장애에 대한 치료에는 소극적이다. 이는 농경 토착 사회의 전통으로 성을 매우 중요한 삶의 요소라고 여기면서도, 남에게 부끄러움을 보이기 싫어하는,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적 허위 의식을 보여준 일례다.

우리나라에 정력을 증강시키는 각종 정력제와 민간 요법이 범람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중적 의식 때문이다. 성적으로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 가득하면서도,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방법으로 기능 장애를 치유하기보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정력제를 복용하는 ‘대충 심리’로 나타난다. 즉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접근보다는 ‘그렇다더라’는 대중 심리에 쉽게 휩쓸리는 것이 한국인의 특성인데, 보신 관광이나 비타민 복용 등이 열풍처럼 유행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아무튼 한국인의 비과학적 방법에 의한 정력 선호는 오랜 세월 지속됐으니, 정력제 복용과 소녀동침(少女同寢)으로 압축된다.



정력제 복용을 간단하게 진단하면, 효과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사실 민간 요법에서 말하는 정력제의 대표 격인 해구신은 물개가 암컷을 여럿 거느렸기에 정력에 좋다는 것인데, 첨단 의학에 의해 영양제 몇 알에 불과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런 논리라면 차라리 하루에 10마리의 수컷이 알을 품게 해 주는 닭고기를 먹는 것이 효과와 비용 면에서 훨씬 나을 것이다. 더구나 해외 여행 자유화 이후 중년 남성들이 태국 등지로 보신 관광을 다니는 것도 비위생적인 사육과 제조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편 소녀동침은 최근 우리 사회의 원조교제로 그 명맥이 이어졌는데, 패가망신은 물론이거니와 성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른바 어린 소녀와 동침해서 음기를 취하면 회춘(回春)한다는 믿음에서 기인한 소녀동침은 중국의 고서 <옥방비결(玉房秘訣)>에서 비롯됐다.

‘눈이 맑고 치아는 하얗고 입술이 붉어 용모가 빛나고 윤택한 15~16세의 소녀를 골라 동침해 초음(初陰 : 성적 흥분으로 처음 분비하는 음액)을 흡입하면 젊음을 되찾는다. 다만 원기가 허약하고 월경이 불순한 자를 가려야 한다.’



이러한 소녀동침은 실제로 성의학적 효과를 검증해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 처녀의 생리혈을 매화(梅花)라 하여, 도술과 질병도 물리치는 신비한 기운이 있는 것으로 여겼던 중국인들의 사고 방식에서 확대 해석된 것이다. 즉 생리혈도 기운이 강성한데, 처녀가 처음 사정하는 음액은 그보다 훨씬 강력한 기를 담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나왔다.

그래서 <옥방비결>과 도교의 방중술이 도입된 이후로 2000년 넘게 황제를 비롯한 세력가들이 숱하게 이를 실행했지만, 회춘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본받아 고려와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시행했으나, 선조 때 포천의 한 노인이 70이 넘어 임신을 시켰다는 것이 유일한 성과다. 회춘하는 방법은 소녀동침과 같은 비도덕적인 방법이나 무분별한 정력의 남용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과 바른 식습관, 더불어 부부 간의 굿섹스를 통한 행복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