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리브

[김재영의 S학사전]조금 더 연장하려면 술보다 시술이 특효

고산 윤선도와 송강 정철은 가사문학의 쌍벽이자 술을 사랑하고 즐긴 애주(愛酒)에 있어서도 앞뒤를 가릴 수가 없다. 오랜 세월 유배지를 떠돈 고산은 운치 있는 음주의 낭만을 통해 마음을 다스렸으니, <산중신곡>에서 ‘잔 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말씀도 웃음도 아녀도 못내 좋아하노라’라고 읊었다.

반면 정계의 거물이었던 송강은 ‘꽃 꺾어 산(算)놓고 / 무진 무진 먹세 근여’하고 잔을 권한다. 무척 호기롭게 보이지만 실상은 주량을 계산하면서 마시는 치밀함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현실 정치가 송강의 진면목이다.

하지만 당대의 풍류가객이며 주량에 맞추어 분수껏 마셨던 송강도 한때 금주를 선언하고, 급기야 ‘과음(過飮)을 반성함’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주선(酒仙)의 경지에 올랐던 송강도 참회할 정도로 음주는 몸과 마음, 그리고 주머니 사정까지 혼미하게 만든다. 특히 성 생활을 둔화시키고 성 기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신라 유리왕 때 경주의 여자들이 두 패로 갈라서 베 짜기 경기를 하여 진 편이 술과 음식을 장만해 춤추고 노래하며 즐겼다는 추석(秋夕)의 유래에서 보듯이 우리 민족은 술을 즐겼다. 술은 음식으로, 또는 약으로 우리 조상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했기에 술에 얽힌 역사도 부지기수다.

술을 아끼고 가까이한 민족답게 비취색의 고려청자나 목이 길어 곡선미가 아름다운 순백의 이조백자로 술병을 빚어냈다. 술잔도 호박배·옥배·금배 등 사치스러운 술잔은 물론이고, 모양에 따라 앵무배 또는 도화배라 했으며, 가향주·송화주·연엽주 같은 맛있는 술을 제조했다.

또한 술의 빛깔이 흰 아지랑이와 같다고 녹파주, 푸르고 향기로우면 벽향주, 맛이 좋아서 차마 삼켜 마시기 아까우면 석탄주와 같은 운치있는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 하지만 정철의 예에서 보듯이 분수와 주량에 맞는 주법을 지켜왔다.

그러나 1970년대 이장희가 부른 ‘한 잔의 술’에서 보듯이 ‘마시자, 마셔 버리자’라면 조급해진다. 속전속결의 군사문화와 암울한 정치 상황이 술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를 잊기 위해 퍼붓는 속도전으로 변화시킨 결과다.

이러한 속도전은 1980~1990년대에 더욱 가속화돼 폭탄주 문화로 발전되더니 급기야 이제는 단 한 번에 완전히 취하자는 ‘원샷 문화’가 됐다. 더불어 맥주에 양주를 타던 폭탄주의 제조법도 양주에 맥주를 타는 것으로 변화했으니, 과음의 폐해만 증폭될 뿐이다.



특히 조루 증세가 있는 남성들은 조금이라도 연장해 보려는 마음에서 술의 힘을 빌리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감각을 둔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지만 종래에는 발기부전과 같은 더 큰 화를 부른다. 더불어 심장에 무리를 주어 복상사와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80%의 남성들이 겪고 있는 조루는 예민한 귀두의 신경을 조절하는 간단한 수술로 치유가 된다. 따라서 부작용이 큰 술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더불어 ‘완전히 비우는’ 막가파식 폭주문화를 ‘원하는 만큼 비우는’ 낭만적인 절주문화로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