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리브

[김재영의 S학사전]한쪽 귀가 잘린 오입쟁이의 못 말리는 바람기

호가 청강(淸江)으로 글씨에 능했던 이제신(李濟臣)이 남긴 <청강쇄어(淸江鎖語)>에는 조선 중엽 외도를 일삼다 패가망신한 벼슬아치의 교훈이 담겨 있다. 이세린이라고 하는 자가 기생서방에게 붙잡혀 한쪽 귀를 잘렸는데, 역시 같은 연유로 한쪽 눈이 먼 김인복을 만났다. 이에 이세린이 “나는 한쪽 귀가 없고, 자네는 한쪽 눈이 멀었으니, 우리 중에 누가 나은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김인복이 “자네가 낫네. 자네는 가린 게 없으니 뒤에서 하는 말도 빠르게 듣지 않는가”라고 했다는 일화다.



본래 홀몸이었던 기생들에게 남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생서방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엽 의녀(醫女)에서 비롯됐다. 중종 때 신하들이 임금에게 “의녀들은 침 놓는 일로 남의 집에 드나드니, 그 지아비가 이를 지키기 어려우니 가족을 장려하자”라고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즉 홀몸인 의녀들이 여염집을 드나들다 혹여 불상사가 있을 수 있으니 가족을 둘 수 있도록 하자는 건의였다.

태종 때부터 두었던 의녀는 연산군에 의해 연회에 참석해 술을 따르고 몸을 바쳤기에 자연스레 기생과 동일시 취급됐고, 이로 인해 기생들 또한 서방을 두게 됐다. 이에 따라 숙종 때 발간된 <전록통고(典錄通考)>에 “악(樂)을 익히는 날과 사진(仕進)하는 날에 결석하는 기녀는 그 서방까지 추문해서 죄를 과한다”라고 기록될 정도로 대부분의 관기도 기생서방을 뒀다.

중국의 기생은 포주인 모갑(某甲)이 여럿의 기생을 거느리고 음방(淫放)이나 청루(靑樓)를 운영했고, 또한 매파를 두어 성매매를 알선했으나 우리나라는 기생의 대다수가 관기였던 까닭에 이른바 기둥서방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조선 중기에 이르러 너나없이 기생서방을 갖게 됐으니, 기생서방은 기생의 뒷수발은 물론이고 고객 알선 등 일종의 매니저 역할을 했다. 그래서 손님이 찾아오면 기생서방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상례였으나, 간혹 손님과 마주쳐 드잡이질이 벌어지게 되면 험악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유약한 벼슬아치인 손님에 비해 기생서방들은 하급 무관이거나 왈짜패였기에 의당 손님들이 봉변을 당했던 것이다.



유부남치고 외도의 충동을 느끼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나 애정과 무관하게 남성은 다른 여성에게서도 성적 충동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는 정복 욕구와 자손을 널리 퍼뜨리고 싶어 하는 잠재된 의식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외도는 가정의 파탄은 물론이고 자칫 패가망신의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순간적인 쾌락 충동으로 초래될 결과가 아주 가혹하기 때문이다. 간혹 습관적으로 외도를 일삼는 남성들이 정력이 넘쳐서 그렇다고 변명을 하는데, 실상은 그러지 않다. 아내에게 특별한 성적 장애가 없는 이상 부부 간에 오랜 기간 성생활을 하면 서로 간의 성 주기가 같아지게 돼 성적 만족도가 높아지게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외도를 하기 때문이다.

즉 아내에게서 만족을 못 하거나 아내와의 부부 관계가 자극을 주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는 남성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부 간에 솔직한 성적 대화를 통해 성 반응이나 애무를 받고 싶은 신체 부위, 좋아하는 체위 등을 파악해 부부 생활을 즐긴다면 굿섹스에 도달할 수 있고, 자연스레 외도 충동이 억제된다.